호치민 상권의 이해 (1)
"호치민은 넓다"
필자가 베트남에 처음 갔던 때는 2005년으로, 베트남 베이커리 시장 조사를 위해 호치민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때도 역시 수 많은 오토바이 행렬이 반겨주었다. 도심에 위치한 공항에서, 1군에 위치한 소피텔 호텔까지 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현지 주재원이 미리 선별해 준 시장조사 장소는 차로 2~3분 내에 모두 갈 수 있었기에, 함께 출장을 간 마케터와 나는 직접 걸어서 시장조사를 하기로 했다. 시장조사가 오롯이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거리 곳곳을 직접 발로 지르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피텔에서 시작해서 우체국을 지나 벤탄시장(Chợ Bến Thành)까지 걸었다. 한낮에는 너무 더워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고, 다시 동코이(Đồng khởi ) 거리와 응웬후에(Nguyễn huệ) 거리까지 온 종일 걸었다. 2박 3일이란 짧은 출장길에서 ‘제대로’ 시장조사를 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호치민에 출장을 갔다. 하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방문지를 선정하기 보다는 짧은 시간에 꼭 봐야 할 곳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방문하기 위해 현지 주재원이 미리 선별해 준 곳 위주로 시장을 돌아보다 보니 1군, 3군과 7군의 푸미흥 지역을 본 것이 다였다. 그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온 출장자에게 호치민이란 곳은 굉장히 작은 시장처럼 느껴졌었다. 한국에서 베트남에 대한 회의(Meeting)를 할 때도 호치민에 매장을 몇 개나 열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Skeptical) 편견(bias)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2013년, 필자는 ‘지역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호치민에 1년 동안 파견되었다. 호치민에 집을 구해 살면서 베트남어도 배우고, 호치민을 포함해 베트남 전역, 그리고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 베트남 주변국가까지 조사하면서, 동남아의 선진국과 후진국을 비교하며 동남아 시장의 중간국가로서 베트남에 적합한 사업을 기획하는 1년짜리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출장으로 수없이 호치민을 방문했었지만, 현지에서 살면서 바라본 호치민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출장 때 내가 본 시장은 코끼리라는 다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역전문가로 호치민 전역을 조사하려고 마음을 먹자, 그 때야 비로소 호치민이 얼마나 큰 도시인지 전체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에서 중심지인 1군까지는 30분이지만, 1군을 중심으로 호치민의 외곽까지 가려면 당시에도 차로 1시간 30분이상 걸렸다. 지금은 차량 증가로 교통체증이 심해 시간이 2배는 더 걸린다. 지역전문가를 역임한 후 회사의 대표님과 임원을 의전하며 호치민을 재방문했을 때, 나는 그들이 가진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그들을 비텍스코(Bitexco)의 스카이덱(Skydeck)에 데리고 갔다. 그 곳에 올라가면 호치민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얼마나 호치민이 넓은지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들도 “호치민이 얼마나 큰지” 이해했고 호치민, 나아가 베트남의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